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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20대 나의 직장 이야기 (2)_불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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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첫번째 직장은 3년을 다니고 그만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은행을 꾸준히 다니고 정규직이 되고 취미 생활하며 조금 지겨워도 안정된 직장생황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문제는 첫 직장의 고마움을 모르다는 것이다. 처음이라 몰랐다.

 

첫 직장을 수월하게 들어가서인지 다음 직장을 구하지도 않고 호기롭게 사표를 내고나서 처음 한두달은 좋았다.

광고회사 알바 자리도 있어서 한두달 일하기도 하고 돈도 부족하지 않고 시간도 잘 갔다.

그렇게 몇달을 보내고 나니 초조함이 찾아왔다. 6개월이 넘는 기간을 놀았다고 하면 면접때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대로 영원히 기회가 안 오면 어떡하지.

 

다른 운보다 직장 운이 있었는지 불가리 영업/MD 신입 사원 자리에 지원을 했고 난 나름 몇십대일(!)의 경쟁율을 뚫고 합격했다.

그때 내 나이는 27살이였고 회계팀 과장과 마케팅 대리가 나와 동갑이였다. (불가리는 그 당시 신생이라 지사장 포함 직원이 달랑 7명이였다.)

업종 경력이 다르다는 이유로 나는 신입으로 입사를 했고 나와 동갑인 회계팀 과장과 마케팅 대리는 아주 유세가 대단했다.

내가 억울하다거나 쫀다거나 할 수 있었겠지만 나에겐 씨티은행 경험이 있었다. 큰 조직에서 훈련이 된 나는 불가리의 소규모 주먹구구 조직에서 큰 사람들과는 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오만일 수 있지만 나는 그들보다 더 잘 트레이닝된 인재였다.(쏴리)

사실 그들은 나쁜 사람이 전혀 아니였고 그냥 좁은 우물에서 그들이 최고인 줄 아는 사람들이였다. 나중에 10년도 훌쩍 지나서 링크드인에서 나의 연락처를 보고 마케팅 대리한테서 이메일이 왔다. 그녀는 결혼해서 홍콩에서 살고 있었고 아이를 키우며 경력이 단절되었다가 화장품 온라인 회사에 다시 취업했다는 얘기였다. 나는 그 당시 SK에 다니고 있었고 그녀는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내가 부럽다며 너무나 반가워했다.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첫 시작은 남들보다 늦을 수 있지만 10년 20년 지나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열심히 노력하는 내 자신에게 달려있다.

 

불가리에서의 일은 다이나믹하고 재밌었다.

항상 매일 매달 똑같은 일만 반복하는 은행과 많이 달랐다. 몇백만원 짜리 반지에서부터 몇천만원짜리 빈티지 목걸이까지 다 내 손을 거쳐서 매장으로 전달되었다. 1년에 몇 번은 여러가지 행사도 했다. 그럼 평소에 입지 않는 화려한 옷을 입고 가서 행사를 도왔다. 

처음 일본으로 해외 출장도 갔다. 다행히 나를 이뻐하신 영업총괄 일본인 부장님이 여러가지 출장이나 교육에 나를 끼워주셨다.

초창기 멤버들과도 잘 어울렸고 팀웍도 좋았지만 4년 차에 접어들면서 불가리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일본 밑에 있던 불가리 코리아는 본사 방침에 따라 AP 센터가 싱가폴로 바뀌면서 일본인 지사장과 부장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프렌치 지사장과 한국 부장이 새로 오게 되었다.

나를 포함한 원년 멤버들은 그들과 맞지 않았다.

 

하나 둘 다 회사를 떠나고 5년차 되던 해에 나도 두번째 직장을 떠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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