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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패션 엠디는 3D 직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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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패션 엠디는 3D 직종이다.

엠디는 영어로는 Merchandiser 의 약자이고 한글로는 "뭐든지 다한다" 의 약자이다.

 

나는 엠디 20년 차이고 지금은 패션쪽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엠디는 크게 내수 엠디와 수입 엠디로 나눌 수 있다. (더 세분화할 수 있지만 일단 크게)

내수 엠디는 디자이너와 함께 실제 생산을 하는 브랜드의 기획 엠디이고 수입 엠디는 해외 브랜드를 수입할 때 바잉을 하는 바잉 엠디이다.

 

나는 수입 브랜드의 바잉 엠디였다.

수입만 할 줄 아는 반쪽 엠디일 수 있지만 생산을 하는 기획 엠디는 반응 생산이라고 해서 팔리는 상황에 따라 어느 정도 양을 조절할 수 있는 룸이 있지만 수입 엠디는 6개월 전에 바잉이 끝나기 때문에 바잉이 끝난 상품들에 대해서는 꼼짝없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

나보고 지금 기획 엠디를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 디자이너와 어떤 상품을 죽이고 살릴지...너 죽고 나 살자 식으로 싸우다 끝나지 않을지 정말 앞이 캄캄하다.

 

엠디는 그 시즌의 모든 물량 계획을 A부터 Z까지 세워야 한다.

영업이 매장 오픈 계획과 매출을 주면 (회사마다 다르지만 이것부터 엠디가 짜는 경우가 많다) 그 매출을 내기 위해 어떤 물건이 얼마만큼 필요한지 큰 그림을 그린다. 그런 다음 어떤 식으로 바잉을 할 지 좀더 세부적인 계획을 짜고 회사로부터 예산을 받는다. 이 과정까지가 큰 산이며 예산이 컨펌나면 한 고비 넘긴 것이다.

그런 다음엔 바잉 시즌에 예산을 가지고 바잉 출장을 간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 부분 때문에 수입 엠디는 회사내에서 많은 시기 질투를 받는다.)

바잉 출장은 바잉이 일단 가장 중요하고 어떤 시즌에는 계약이나 매장 오픈 기타 여러가지 문제를 본사와 직접 해결하고 와야 하는 경우도 많다. 

 

해외 패션 위크는 뉴욕을 시작으로 밀라노, 파리 패션위크 순으로 열리며 가장 크고 화려한 곳은 아무래도 파리라고 할 수 있다.

1년에 여성 기준 총 4번인데 SS 6월 pre, 9월 main이고 FW 1월 pre, 2월 main 이다. 보통 pre collection 기간에 남성 컬렉션이 같이 진행되며 main collection 기간에 대중들이 알만한 많은 패션쇼가 진행된다.

 

바잉이 끝나고 나면 오더를 넣고 최종 컨펌까지 나면 일단 바잉은 마무리가 된다.

그래서 보통 나는 11월에 휴가를 가곤 했다. 1년 중 그때가 가장 한가하고 마음이 편한 달이였다.

오더를 넣고 6-7개월이 지나면 선적이 시작된다. 그 전에 엠디들은 오더된 물량을 가지고 allocation  계획을 짜고 매장 상품 교육 자료를 만든다.

상품을 오더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그 상품을 최일선에서 팔 세일즈 직원들을 교육시키는 것도 엠디들의 몫이다.

그냥 상품을 매장에 뿌리는 것보다 이 상품이 얼마나 좋은 디자인인지, 지금 시즌에 우리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인지는 설명하고 상품을 주는 것이 매출에 훨씬 많은 도움이 된다.

 

매출의 책임은 영업만이 지는 것이 아니다.

매출이 잘 나오면 판매 사원이 잘 팔아서, 매장 자리가 좋아서 잘 나오는 것이고 매출이 잘 안나오면 상품이 별로라서 바잉이 잘못돼서 안나오는 것이다. 몹시 억울하지만 언제나 그렇다.

 

엠디가 3D 업종인 이유는, 엠디는 상품이 나오기 전부터 매장에 뿌려지고 팔리는 순간까지 모든 순간에 개입하고 틈이 있거나 부족한 순간이 있으면 어떻게서든 메꿔야 하기 때문이다. 일명 까대기는 기본이고 재고 관리, 택 관리까지도 엠디의 손을 거치지 않는 것이 없다.

 

명품 브랜드에 꽤 오래 근무를 했기 때문에 명품에 허상을 품고 입사하는 여러 직원들을 보았다.

명품의 고객들이였던 어린 친구들이 본인이 좋아하고 남들이 봤을 때 우와~ 하는 브랜드에 엠디라는 그럴 듯한 직함만 보고 입사를 한다. 입사하자마자 폼나게 출장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냥 까대기하고 맨날 엑셀로 숫자 만지고 매장 돌고...그런 것들을 해야한다.

 

"제가 이런 일 하려고 입사한 줄 아세요" 이런 말들을 참 많이도 들었다.

네, 이런 일 하려고 입사하신 거 맞아요.

미디어에서 떠드는 엠디는 엠디 일의 10%에 불과해요 엠디는 3D 업종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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